2022.03.16

첫 퍼블릭 커핑을 다녀왔습니다.
명지대 근처 남가좌동에 있는 선휴커피입니다.


아직 바리스타 인터 수업도 안 끝났는데 센서리를 공부해보고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퍼블릭 커핑 하는 곳들을 찾아봤는데요.
인스타로 검색하다가 선휴커피라는 곳에서 퍼블릭 커핑 모집하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정도 수요일 오후 7시에 남은 모집 인원도 2명에다가 위치도 그렇게 멀지 않아서 바로 DM을 보내 예약을 했습니다!

대망의 수요일, 퇴근 시간에 가야 해서 차 막힐 걸 고려하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부리나케 출발했습니다.

라디오 들으면서 운전하는게 은근 소소한 재미를 주곤 해서 '알리의 두근두근 음악엔'을 들으면서 가고 있었는데요. 우리집 친구가 심심했는지 문자 사연을 보냈는데 알리가 읽어주더라구요?!?! 우리 이야기가 라디오에서 들리는 게 너무 이상하고 신기했습니다 ㅎㅎ 지금까지 라디오 들으면서 몇 번 보내보긴 했었는데 처음으로 읽힌거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ㅎㅎ

라디오에 보낸 사연~


카페 주차가 여의치 않다고 해서 근처 명지대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갔습니다. 명지대에서 넉넉하게 1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선휴커피는 사거리 모서리에 있는 아기자기한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1층 입구에는 자그마한 팻말이 세워져있었고 복도에는 메뉴판과 사진들이 귀엽게 붙어 있었습니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니 오늘 영업은 종료되었다고 적혀 있고 안쪽에는 커핑 준비가 되어있더라구요. 금, 토만 8시까지 영업하고 평일은 6시까지만 영업하신 후에 커핑이나 브루잉 클래스를 진행하시나봅니다.

조심스럽게 카페에 들어서니 김지인 바리스타님께서 친절하게 반겨주셨어요! 저희는 커핑이 처음이라 어버버하고 있었는데..ㅎㅎ 어떤 식으로 커핑이 진행되는지 알려주셔서 설명을 들었고 시간이 잠깐 남아 카페 구경을 했습니다.

카페 안 작은 정원
카페에서 판매중인 원두와 용품들
신기하고 예쁜 한과 디저트
메뉴판


카페 디자인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깔끔했어요. 가운데에 작은 정원 같이 조약돌 위에 화분들이 있으니까 보기 좋더라구요. 전체적으로 나무로 된 디자인도 포근한 느낌을 줘서 좋았습니다.
여기는 커피 말고도 신기하고 예쁜 한과들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고 계셨어요. 오늘은 커핑하러 온 거라 직접 맛을 보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과도 꼭 맛보고 싶었습니다!!

카페 구경을 하다 보니 7시가 되어 커핑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말고도 2분이 더 오셔서 함께 커핑을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한 분이 더 오시기로 하셨다는데 일정을 깜박하셨다고 하네요..!

5가지 원두의 커핑 세팅


오늘의 커핑은 아래의 5가지의 원두가 준비되었는데요. 선휴커피에서 직접 판매할 예정인 원두라고 합니다.

원두 목록
1. 코스타리카 라 리아 에티오피아47 옐로우 허니

2. 코스타리카 산타테레사 2000 게이샤 레드허니

3. 과테말라 핀카 비즈카야 이스트발효 화이트허니

4. 코스타리카 볼칸 아술 산 이시드로 내추럴

5. 파나마 돈 에두아르도 핀카 데보라 게이샤 CM 내추럴


지급 받은 센서리 평가 차트에 각 원두 이름을 적고 커핑을 준비했어요.

센서리 평가 차트


사장님께서 원두들을 바로 갈아주셨고 저희는 원두를 분쇄한 직후의 향을 맡았을 때 느껴지는 것들을 적었습니다.

분쇄한 원두


이후에는 끓는 물을 주전자 가득 담아오셔서 물을 부었구요. 물을 부은 후에 올라오는 향미도 느껴보며 적었습니다.

물 부은 직후


근데 사실 분쇄한 원두와 젖은 원두에서 크게 이렇다 저렇다 적을 만한 구체적인 향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ㅠㅠ
아직 이 향들이 어떤 향과 매칭되는지 떠올릴 만한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그냥 고소하다, 신 향이 난다 정도 밖에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신 향, 고소하다 정도로만 적었는데 무산소 발효 원두들은 역시나 특유의 된장, 간장 같은
발효향이 올라와서 그런 내용이라도 적었어요..!

물을 붓고 나서 4분 정도 지난 후에 위에 올라온 원두 가루와 거품 같은 불순물들을 수저로 직접 제거해주셨고, 커피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간 후에 본격적으로 커핑 시음을 시작했습니다.

위에 떠오른 불순물 제거해주시는 중

시음용 컵과 커피를 버릴 컵


커핑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작은 잔에 덜어서 커피를 입에 머금어서 향미를 느껴보고 큰 잔에 커피를 뱉는 식으로 커핑이 진행되었어요. 커피를 삼켜도 상관은 없지만 많이 마시면 속에 부담이 되니까 삼키지 않고 뱉는다고 하더라구요.
20분 정도 자유롭게 커피를 맛보면서 느껴지는 향미들을 차트에 적었고, 다 적은 후에는 각자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캘리브레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의 최종 평가
우리집 친구의 최종 평가


저희는 정말 추상적으로 산미가 있다, 고소하다, 된장맛이 난다, 꽃향이 난다 같은 정도로 밖에 느낄 수가 없어서 ㅠㅠ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시간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이 잘 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같이 커핑에 참여하셨던 두 분은 커피쪽에 이미 종사하시는 분들이셔서 향미도 구체적인 과일, 꽃 종류로 표현해주시고 바디감이나 산미도 강한지 약한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해주셔서 필기하듯이 남는 칸에 적으면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저희는 1, 2번 원두(코스타리카 라 리아 에티오피아47 옐로우 허니, 코스타리카 산타테레사 2000 게이샤 레드허니)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4번 원두(코스타리카 볼칸 아술 산 이시드로 내추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다른 두 분은 반대로 1, 2번을 긍정, 4번을 부정으로 평가하셨더라구요?? 저희가 아직 쪼렙이니 좋은 향을 느끼지 못하고 아직 커머셜 커피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캘리브레이션이 끝난 후에는 바에 둘러앉아 바리스타 분들이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커핑했던 원두는 아니고 매장에서 판매하고 계시는 원두로 3잔이나 내려주셔서 다양하게 맛 볼 수 있었어요.
다른 분들의 일상과 커피에 대한 근황도 듣고, 저희의 커피 입문에 대한 이야기와 고통 받고 있는 SCA 교육에 대한 한탄😭😭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커피 업계에 계신 분들이 저희 상황을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시니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

퍼블릭 커핑을 처음 참여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알찬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커피에 진심이신 분들을 직접 만나 가까이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나니 커피 업계에 한발짝 가까워진 느낌이 좋았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종종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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