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8

 

석촌에 있는 프리즘커피웍스에 파라이소92 커핑을 다녀왔습니다.

 

 

프리즘커피웍스는 커피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와 워크샵 뿐만 아니라 생두 유통까지 하는 커피 연구소? 같은 곳입니다. 퍼블릭커핑하는 곳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파라이소92 커핑을 진행한다는 공지를 보고 일정이 맞아 신청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https://prism.coffee/product/p92_cupping_220415

 

[prism] Paraiso 92 New crop tasting

prism coffee worksParaiso 92 New crop tasting 프리즘에서 많은 사랑을 ...

prism.coffee

 

저번에 선휴커피에서 진행했던 퍼블릭커핑은 5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가볍게 진행했어서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일거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석촌역과 송리단길 사이에 있는 빌딩 지하에 위치해있었어요. 

 

프리즘커피웍스 레퍼런스룸 입구

 

그런데 이게 웬 걸 막상 레퍼런스룸에 들어가보니 커피 세미나 같은 느낌의 생각보다 큰 자리였습니다. 10명이 넘는 분들이 오셨는데 다들 진지하게 오셔서 저희만 아무 생각 없이 온 초보자 느낌이었어요..

 

프리즘커피웍스의 조영준 대표님

 

이번 커핑은 대표님께서 직접 파라이소92 농장에서 10일 정도 묵으면서 체리 선별, 가공, 발효 프로세싱까지 직접 참여한 커피를 소개해주시는 자리였습니다. 파라이소92 농장은 엘파라이소 리치로 유명한 엘파라이소 농장의 공동 설립자가 독립해서 차린 농장으로 발효 프로세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설비들과 가공 과정들을 사진과 설명으로 디테일하게 직접 보고 들으니 너무 신기했어요. 그동안은 로스팅된 원두에 대해서 파악하는 과정도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농장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1시간 정도 농장 소개와 오늘 커핑할 원두들에 대한 설명 후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커핑을 진행했어요. 원래는 파라이소92 원두 6종만 커핑하는 자리였는데 당일에 마침 대회용커피인 컴페티션 랏이 도착했다고 해서 추가로 2가지 커피도 커핑해볼 수 있게 준비해주셨습니다!

 

피치 넥타 / 트로피컬 넥타 / 로즈 부케

 

망고 펀치 / 파파야 펀치 / 오렌지 누가

 

마르가리타 / 네그로니

 

커핑을 진행한 커피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 피치 넥타
  • 트로피컬 넥타
  • 로즈 부케
  • 망고 펀치
  • 파파야 펀치
  • 오렌지 누가
  • 마르가리타
  • 네그로니

 

원두들의 품종도 게이샤, 오렌지 버번, 핑크 버번, 파카마라 등으로 다양했고 발효 프로세싱을 적용한 방식도 라거 이스트, 에일 이스트, 이중 무산소 발효와 같이 다채로웠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제한된 시간에 줄서서 커핑을 하느라 맛을 깊이 있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왜 저런 이름들이 붙었는지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어요. 체계적인 발효 과정을 거친 원두들이라 열대 과일과 핵과류가 연상되는 다채로운 맛들이 느껴졌습니다. 커핑 후에 제일 맛있었던 원두를 투표했는데 오렌지 누가가 1등을 해서 커피로 내렸을 때의 맛을 볼 수 있게 에어로프레소로 따로 내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컴페티션 랏 2종은 더 섬세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가공된 원두들이라 그런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신기한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이름처럼 키위, 라임 같은 느낌의 열대 과일들이 들어간 칵테일이 연상되는 맛이었구요.

이번 커핑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맛은 네그로니였습니다. 유산균을 넣고 120시간을 발효한 원두라고 하는데요. 드라이 아로마를 맡았을 때부터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처음 맡아보는 향이어서 이게 커피에서 나는 향이 맞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커핑할 때에도 너무 복합적이고 수많은 향들이 뭉쳐있어서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표님도 제일 난해한 원두라고 말씀하셨는데 커핑할 때랑 음료로 마셨을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커핑이 다 끝나고 네그로니는 에스프레소로 내려서 맛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에스프레소로 마셔도 역시나 엄청나게 응축된 향미와 발효취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특별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다면서 남은 반 잔에는 탄산수를 타주셨어요. 그냥 쿠팡에서 파는 제일 저렴한 탄산수를 타주셨다고 했는데 탄산수가 섞이고 나니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맛과 후르츠 칵테일 같은 다채로운 향들이 갑자기 엄청나게 진하게 느껴졌어요. 커피가 아니라 열대 과일 음료수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기로는 탄산수가 응축된 향미들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서 각각의 향들이 살아난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커핑할 때 탄산수도 타보고 물도 타보고 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맛과 향이 어떻게 바뀌는지 디테일하게 보신다고 하네요.

커핑은 2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진행되었고 무난무난하게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는 자리여서 약간의 부담은 있었지만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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