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SCA AST를 통해 바리스타 스킬 인터미디어트 자격증을 취득했는데요.


오늘은 첫 SCA 교육을 마치고 난 후에 든 여러가지 생각들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막 커피 공부를 시작한 한 사람의 다소 주관적이고 지엽적인 의견들이니 그럴 수 있지 정도로 가볍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향과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인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주변을 잘 살펴보자.

첫 SCA 수업은 집 근처에 AST가 운영하는 학원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큰 메리트로 다가와서 덥석 수강을 해버렸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방문해서 상담 받으며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선생님이 우리와 잘 맞을까? 에 대한 부분에서 약간의 의구심을 느끼긴 했었는데요. 그래도 SCA라는 국제 협회에서 인증해준 AST라는 트레이너이고, 커피 업계 경력도 꽤 있는 분이니 잘 가르쳐주시겠지! 라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 번째 수업, 두 번째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상담 때 느꼈던 느낌들이 잘못 느낀 게 아니구나 라는게 점점 더 크게 느껴졌어요. 수업 중간중간에 다른 카페나 바리스타 분들을 무시하고 본인과 본인이 속한 협회에 대해서는 엄청 대단한 것처럼 말씀신다거나, 본인이 업계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여기저기 좀 더 정보를 찾아보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하니 말씀하신 만큼의 인지도가 있지는 않으셨어요.

그리고 자격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학원들을 지적하면서 종이장사라고 비유하며 비판을 많이 하셨었는데요.
정작 수업을 다 듣고 나니 저희 수업이 대표적인 종이장사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3시간 x 5회 = 15시간 수업에 100만원이어서 다른 곳들에 비해서 많이 비싼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룹이 아닌 개인 수업이니 좀 더 신경 써주시고 깊이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께서 직접 시간을 들여서 해준 이론과 실기 시간을 다 더하면 3-4시간 될까 말까 한 것 같고 나머지는 그냥 다 개인 연습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럴거면 그냥 공방 빌려서 유투브 보고 개인 연습하거나 차라리 라떼아트 전문으로 하시는 분께 배우는 게 더 나은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 1회차: 이론 1시간 30분, 라떼아트 연습 1시간 30분
- 2회차: 라떼아트 연습 3시간
- 3회차: 라떼아트 연습 3시간
- 4회차: 필기시험 문제 해설 1시간, 라떼아트 연습 2시간
- 5회차: 라떼아트 연습 1시간 30분, 실기시험 1시간


대략적인 수업은 위처럼 진행되었어요.

이번 바리스타 인터 과정에서 분쇄도를 직접 조절해서 에스프레소를 더 잘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라떼아트 패턴을 잘 만들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게 핵심이었는데요.
분쇄도 조절은 선생님이 그냥 일방적으로 세팅을 해주고 넘어가신 적도 많고, 이론과 실습도 분쇄도가 바뀌었을 때 에스프레소 결과가 어떻게 바뀐다는 이론적인 개념만 익히고 넘어갔어요.
라떼아트 연습은 거의 개인 연습으로만 진행되었고, 선생님은 아예 자리를 비우시거나 멀찌감히 앉아서 스마트폰만 보고 계신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가끔 와서 잘하고 있는지 완성된 잔만 보고 결과에 대해서만 지적하시고 제가 어느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는지 과정에 대한 피드백은 거의 없었어요.

실기 시험도 명확한 기준이나 가이드 없이 그냥 흐지부지 형식적인 과정으로 진행되더라구요. 분쇄도 조절 시험도 그냥 시험 전에 미리 세팅 다 해놓고 추출만 하고 넘어가고, 라떼아트, 카푸치노 시험도 제한 시간 안에 만드는 연습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시간이 오버되었구요. 채점도 부원장님이라는 분이랑 같이 하시던데 이 분은 채점 기준을 원장님께 다 여쭤보면서 하시더라구요..? AST가 맞는지 살짝 의심도 되었어요..

학원 내의 머신 상태나 용품 관리, 청결도도 중요하게 봐야할 점인 것 같습니다. 매번 갔을 때마다 책상이며 기물들도 다 어질러져 있고 설거지도 대충 수강생들이 해놓은 그대로 사용하고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고 대체로 다 대충대충이시더라구요.

이런 성향과 가치관 차이가 하나하나 모이다 보니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이 학원에서 배워보기로 결심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선생님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이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제일 경력이 많은 건 커피머신 엔지니어쪽 경력이고 엔지니어 관련 교육도 하고 계셔서 장기적으로 머신 엔지니어에 대해서도 배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블로그에 적어놓은 이력들을 살펴보니 각종 대회 심사위원(바리스타, 라떼아트), 각종 대회 수상 이력(로스팅, 드립백, 에스프레소), 머신 엔지니어 협회 운영, 창업 컨설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이력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더 신뢰를 가지고 여기서 바리스타, 센서리, 로스팅, 머신 엔지니어 등 여러가지를 다 믿고 배워볼 수 있겠다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수업 내용에 대한 깊이가 그렇게 깊지가 않더라구요. 분쇄도 조절도 명확한 기준 없이 대략적으로만 배웠고, 라떼아트 패턴 핸들링에 대한 부분도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셔야 디테일한 부분을 저희가 보고 따라할텐데 이것도 그냥 인스타에 다른 바리스타분들이 올려놓은 영상들 보여주면서 따라하라고만 하시고... 선생님께서 막상 직접 만드신 패턴들은 그렇게 정교하지 않았어요.

선생님께서도 경력이 꽤 있으셨으니 분야별로 두루두루 경험하고 배운 경력이 있으시기만 하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좋은 실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까지는 잘 마무리하고 다른 수업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이신 분들을 발품 팔아서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결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혹시나 SCA 교육에 대해서 알아보고 계신 분이 이 글을 보셨다면 교육장에 직접 가서 교육장의 분위기도 잘 살펴보시고 가르쳐주실 AST 분과 이야기도 많이 나눠보면서 여러모로 잘 맞는지도 느껴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SCA 교육이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있고 전적으로 AST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누구한테 배우냐에 따라서 편차가 너무나 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AST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전문성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 같구요. 특정 학원에서는 AST가 아닌데도 SCA 수업을 하다가 걸려서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여건이 된다면 업계에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추천 받는 것도 좋아보여요. 여러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분이라면 그 분야에서 인정 받는 분이라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가격이 너무 높다고 수업 퀄리티가 아주 높다거나 가격이 낮다고 대충 알려주신다거나 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이후에 다른 수업들 알아보다 보니 조금 경력이 있거나 인지도 있으신 분들도 대략 4:1 정도 그룹에 5-70만원 정도 받으시더라구요. 금액에 대한 부분을 너무 크게 고려하시기보다는 얼마나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시는 게 좋아보였습니다!

첫 SCA 교육이라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실망도 컸나 봅니다. 넋두리가 길어졌네요 ㅎㅎ
그래도 나름 대로 느낀 점이 많았던 교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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